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에도 ‘요즘 것들’이란 낙서가 등장하고,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세대’라는 개념은 사회가 변하는 과정 속에서 형성되는 어쩌면 다양한 ‘현상’이다. 유아교육현장에는 ‘386 세대’라 불렸던 B세대(1962년생~1967년생)부터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하는 베타 세대(2025년생~)가 한 공간에 존재한다. 그리고 기관을 운영하는 기관장부터 영아반 원생, 그리고 MZ 세대 부모까지. 모두 ‘아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세대가 변하면서 상담 방식도,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도, 요구하는 것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이것은 ‘좋아졌다’ 혹은 ‘나빠졌다’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요즘 세대’ 부모를 이해하는 것은 기관장과 교사의 중요한 전문성이 되었다. 그들의 정서와 특징을 이해하고 소통한다면 갈등을 뛰어넘는 아름다운 공존이 되지 않을까.
학부모의 특징을 알면 소통이 쉽다.
MZ 부모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특히 Z세대의 경우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소셜미디어가 익숙하고 친근하다. 이것은 결국 ‘소통’과도 연결된다. 아이 친구 엄마와 수시로 채팅을 하며 궁금한 것을 물어보거나 교사와 연락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또 지역 맘카페나 단체 채팅방 등의 채널도 여러 개 갖고 있다. 개인 SNS를 이용한 소통, 정보 검색 등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AI에게 먼저 물어보는 부모들도 많다. 한 기관의 설문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기준으로 30대의 86%, 20대의 83%가 AI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용자의 72%가 주 1회 이상 AI를 사용하고 있었고, ‘거의 매일 사용한다’는 응답도 23%에 달했다. 이유식 레시피, 수면교육 방법, 발달 체크리스트도 AI에게 물어본다. 또 원에 방문하기 전 교사에게 건네는 질문 하나까지 물어본다고 하니 ‘요즘 부모’는 분명 이전 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우리 아이는 특별하다
육아는 ‘우리 아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같은 반 친구들과 비교해 몇 개월 빠르거나 느리다는 식의 일반론보다, 우리 아이만의 기질과 속도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검색은 일상이다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검색부터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배변훈련 시기, 어휘 발달 속도 등 무엇이든 스스로 먼저 찾아보고, 그 정보를 들고 상담에 온다. 하지만 어떤 정보가 맞는지 헷갈려 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답을 원한다
메신저와 AI에 익숙한 만큼, 궁금한 것에 대한 답도 빠르게 얻고 싶어 한다. 알림장 답글이나 문의에 대한 답변이 하루 이틀 늦어지면 “혹시 못 본건 아닐까”하는 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비교에 익숙하다
육아용품은 물론 어린이집·유치원을 고를 때도 후기, SNS, 커뮤니티 반응을 함께 놓고 비교한다. 기관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우리 원의 강점 하나만 명확히 전달해도 우위를 가져갈 수 있다.
아이 중심 육아
아이가 부모의 방식을 맞추게 하기는 보다, 아이의 기질과 속도에 맞춰 육아 방식을 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 훈육이나 학습에서도 일방적으로 지시하기보다 아이의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존중하려는 태도가 강하다.
참여하고 싶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지만 아이와 관련된 일에서는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한다. 원 행사나 활동에 적극적으로 신청하여 참여하고, 알림장에 올린 글에도 짧게 답글을 남기며 반응하고 싶어 한다.
학부모, 어떤 기준으로 기관을 선택할까?
기관 선택을 앞둔 부모들은 지역 맘카페나 SNS 등을 통해 기관의 정보를 탐색하고 후기 글을 읽으며 직접 상담한 후 선택한다. 일부 커뮤니티 게시글을 살펴보면, 단순히 ‘좋은 곳’을 찾는 게 아니라 여러 조건을 생각하고 우리 아이와 맞는 곳 몇 곳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집과의 거리, 통학버스 운영, 원 운영 시간, 프로그램, 방과 후 활동, 교사 대비 아동 수 등을 기본적으로 고려한다는 얘기가 대다수였다. 일부는 기관의 인테리어 디자인, 급·간식 업체, 원장 인상, 교사들의 연령대와 근속연수 등을 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기관에 입학 상담을 오는 부모 또는 재원 상담 시 부모에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계세요?”라고 물어보자. 부모가 우선순위로 꼽는 지점을 파악하면, 그에 맞춰 우리 원의 강점을 짚어줄 수 있다.

동선과 운영시간부터 계산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국 영유아부모의 약 63%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서도 맞벌이 가구 중 막내 자녀가 6세 이하인 집은 53.2%로 집계되었다. 부모의 반 이상이 맞벌이를 하고 있는 만큼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방과 후 활동이 있고 오후 6시 이후에 끝나는 곳을 찾는다. 위치, 프로그램, 하원 시간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후보에 오르는 셈이다.
아이 성향과 시설 사이에서 고민한다
기관의 규모는 작지만 아이 성향에 맞는 기관, 집과 거리는 멀지만 시설이 좋은 기관 사이에서 고민도 많이 한다. 시설의 스펙이냐, 내 아이에게 맞느냐 사이에서 무수히 비교를 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아이 중심 육아’ 성향이 짙은 부모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부분이다.
여러 곳을 비교하고, 후기를 검증한다
한 곳만 보고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쟁률이 높은 인기 기관에 떨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가장 가고 싶은 기관 외에도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경쟁률이 낮은 곳까지 골고루 지원해두는 전략도 흔하게 나타났다. ‘비교에 익숙하다’라는 부모의 특징이 실제 기관 선택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먹거리는 예민한 기준이다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아이가 먹는 음식을 위해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위생적으로 조리한다. 하지만 학부모는 이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성향이 강하다. 성분, 원산지, 조미료 사용 여부까지 궁금하고, 아이가 직접 먹는 모습도 사진으로 보고 싶어한다. 한 커뮤니티에서도 식재료가 전부 유기농인지,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는 곳인지 구체적으로 짚어 묻는 글도 있었다. “저희는 유기농 재료를 사용해요” 같은 답보다 원산지, 조리 원칙 등 구체적인 수치나 예시로 답해주길 바란다.
공간의 ‘심미성’도 본다
최근 원 인테리어 시공 사례를 보면, 안전성과 기능성을 넘어 톤앤매너가 통일된 공간, 원목·그린톤처럼 자연 소재를 활용한 감성적인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다. 부모가 상담차 원에 처음 방문했을 때 “여기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리고 싶다”는 인상을 주는 공간은 그 자체로 신뢰의 신호로 작동하기도 한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 요소’다. 아무리 예쁜 공간이라도 교사 태도와 프로그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방문 한 번으로 마음이 돌아서지 않는다는 게 다수 학부모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학부모와 이렇게 대화해요
많은 학부모는 상담 전 이미 한 차례 ‘검색’을 마치고 질문 내용을 정리하고 온다. 일부의 경우에는 정규 상담이 아닌 전화로 상담할 때에도 교사와 어떤 대화를 나눌지 막막해 AI에게 물어보고 대화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후 통화를 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미 많은 내용을 알고 있고, 질문이 준비된 학부모와의 상담은 어쩌면 교사에게는 기회일지도 모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학부모’가 아니라 매끄럽게 상담이 흘러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의 태도에 민감하기도 하다. 비우호적이거나 얕보는 등 배타적인 태도를 보일 때, ‘아이’라는 목표에 함께는 파트너가 되고자 했던 마음을 접는다. 특히 교사나 원장이 학부모를 가르치려는 느낌이 든다면 더 이상 기관에 좋은 마음이 생기지 않고 섭섭한 마음이 들어 전원까지 생각하기도 한다.
학부모와 잘 소통하는 교사
소통은 말을 잘하는 기술이 아니라,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부모와 교사는 서로 다른 위치에 있지만, ‘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움직이는 협력자다. 부모와 유독 소통이 잘되는 교사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담, 등·하원 시 짧게 만나는 시간, 알림장 등을 통해 대화를 나눌 때 참고해보자.
학부모와 이렇게 소통하세요!
1. 지적하지 않고, 재료로 삼는다
부모가 이미 검색하고 알아온 정보를 “그건 아니에요”라고 정정하기보다, “맞아요, 잘 찾아보셨네요”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부모가 가져온 정보 위에 교사의 관찰을 더하는 자리로 상담을 바라본다. 이 차이 하나로 상담의 공기가 달라진다.
학부모
제가 AI한테 물어보니까 이 시기엔 편식이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도 요즘 채소를 잘 안 먹는데, 괜찮은 거죠?
교사
X AI나 인터넷 정보가 다 맞는 건 아니에요. 저희가 교육전문가인데, 더 잘 알지요.
O 네, 맞아요. 저도 요즘 ○○이 식판 보면서 비슷하게 느꼈어요. 다만 제가 관찰했을 때는 채소를 안 먹는다기보다 식감을 가리는 것 같더라고요. 혹시 집에서도 그런 부분이 없었는지 어머니도 함께 관찰을 더해주셔서 같이 방법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2. ‘우리 반’이 아니라 ‘우리 아이’로 말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반 친구들은 이래요”보다 “OO에게 이런 순간이 있었어요”로 전할 때 부모는 훨씬 더 마음을 연다. 이는 기술이 아니라, 아이 한 명 한 명을 실제로 관찰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결국 ‘내 아이를 정말 보고 있구나’라는 확신에서 시작된다.
학부모
오늘 하루 ○○이 별일 없었나요?
교사
X 네, 오늘 저희 반 친구들 다 잘 지냈어요. 특별한 문제도 없었고요.
O ○○이가 오늘 △△이와 블록 놀이 하다가 다른 친구 실수로 쌓은 블록이 무너졌는데, 친구한테 괜찮다고 말하면서 다시 차근차근 쌓는 모습이 기특하더라고요. 집에서도 칭찬 많이 해주세요.
3. 결과보다 과정을 함께 나눈다
완성된 작품, 정리된 결과만 전달하는 교사와, 아이가 고민하고 시도하던 순간까지 나누는 교사는 신뢰의 깊이가 다르다. 과정을 공유한다는 것은 “저는 당신의 아이를 하루 종일 지켜봤습니다”라는 무언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학부모
(알림장 사진을 보며) 나뭇잎으로 만든 거예요? 잘 만들었네요!
교사
X (완성작 사진 한 장 첨부) 네, 오늘 나뭇잎으로 동물 꾸미기를 했어요.
O (과정 사진 2장 + 완성작 1장) ○○이가 둥근 나뭇잎과 뾰족한 나뭇잎으로 고민을 하다가 둥근 나뭇잎으로 곰을 표현한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모양이 조금 이상했던지 뗐다 붙였다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했답니다.
4. 즉각적으로, 그러나 성의 있게 반응한다
빠른 답이 곧 좋은 답은 아니지만, 반응이 늦어질 것 같거나 확인이 필요할 땐 “어머니~ 확인 후 오후에 안내드릴게요”처럼 짧게 메시지를 준다. 존중받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특징이 반영된 부분이다.
학부모
(오후 2시 메시지) 선생님, ○○이 오늘 낮잠 잘 잤나요? 어제부터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
교사
X (오후 6시가 되어서야) 네, 잘 잤어요.
O (오후 2시 10분) 확인해보고 30분 안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오후 2시 35분) 낮잠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깼는데, 컨디션은 괜찮아 보여요. 열도 없고요. 하원 후에 열나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5. 부모를 ‘한 팀’으로 대한다
학부모는 교사가 만족시켜야 할 대상도 아니고 교사를 평가하는 사람도 아니다. 교사와 부모는 아이를 함께 키우는 동료쯤으로 여겨야 한다. 그래서 정보를 감추지 않고, 고민을 나누고, 때로는 “이 부분은 저희도 함께 지켜보고 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학부모
요즘 ○○이가 친구랑 자꾸 다투고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서 걱정돼요.만들었네요!
교사
X 저희가 잘 지도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O 저도 요즘 그 부분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원에서는 이런 상황일 때 이렇게 접근해보려고 하는데, 혹시 집에서는 어떤 모습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같이 맞춰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6. 부모의 감정을 먼저 공감한 뒤 정보를 전한다
부모가 기관에 원하는 것은 정답보다도 “내 마음을 이해받고 있다”라는 공감인 경우가 더 많다. 걱정하는 부모에게 곧바로 해결책이나 설명을 제시하면 오히려 “내 불안을 가볍게 여기는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먼저 부모의 마음을 인정한 뒤 객관적인 관찰과 해결 방안을 이야기하면 같은 내용도 훨씬 잘 받아들여진다. 공감은 상담의 시작이고, 정보는 그 다음이다.
학부모
요즘 ○○이가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자꾸 울어요. 혹시 원에서 힘든 일이 있는 건 아닐까요?
교사
X 원에서는 잘 지내요. 다른 아이들도 등원할 때 다 울어요. 금방 적응할 거예요.
O 아무래도 부모님 입장에서는 많이 걱정되셨을 것 같아요. 저도 아침에 ○○이 모습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봤는데, 등원할 때는 울지만 교실에 들어와 5분 정도 지나면 친구들과 놀이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있어요. 혹시 집에서 등원 전에 특별히 달라진 점이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면 원인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원에서도 계속 세심하게 관찰해서 변화가 있으면 바로 공유드릴게요.
결국 중요한 것은 ‘부모 이해’가 아니라 ‘신뢰’
요즘 부모들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에 맞는 소통법과 대화 예시까지 짚어봤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외운다고 해서 관계가 저절로 좋아지는 건 아니다. 화법은 도구일 뿐, 그 도구가 진짜로 작동하려면 그 밑바탕에 ‘신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검색을 많이 하고, 비교에 익숙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원하는 것도 사실은 신뢰의 다른 표현이다. 정보를 미리 찾아보는 건 교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여러 기관을 비교하는 것도, 어디에 내 아이를 맡겨야 안심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한 과정이다. 빠른 답을 원하는 것 역시, 내 아이에 대한 관심이 즉각적으로 확인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온다.
어쩌면 교사와 원장이 진짜로 붙잡아야 할 것은 ‘요즘 부모를 이해하는 화법’이 아니라, 그 화법을 통해 쌓이는 ‘신뢰’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알림장 한 줄, 상담에서 건넨 질문 하나, 먹거리에 대한 솔직한 답변 하나가 쌓여 “이 원은 우리 아이를 진심으로 봐주고 있다”라는 확신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부모는 검색을 멈추고 비교를 멈추고 마음을 놓는다.
결국 부모 탐구의 끝은 특별한 기법이 아니라 원론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진심이 부모에게 전해지도록 성실하게 소통하는 일. 트렌드는 바뀌어도, 신뢰를 쌓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