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교사, 부모가 희망을 가꾸는 공간!
공동육아협동조합 희망세상어린이집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진 정겨운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노란 새가 그려진 4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앞에 다다르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온다. 보기만 해도 즐거운 이곳은 “편견 없는 세상, 함께 나누는 공동체”라는 희망을 품고 있는 공동육아협동조합 희망세상어린이집이다.
공동육아는 ‘내 아이’를 맡기거나, ‘남의 아이’를 보호해 주는 것을 넘어서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너와 내가 어울려 함께 세상을 살아가자’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희망세상어린이집을 둘러보았다.
┃ 희망세상어린이집의 시작
희망세상어린이집으로 이어지는 정겨운 골목길
아빠들이 품과 재주,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든 많은 것들을 간직한 소중한 공간
희망세상어린이집은 좋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한 인천시민협동조합에서 2000년 9월 설립하였다.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건강한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부모와 교사가 함께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다. 이윤을 남기지 않고 어린이집의 많은 것을 부모와 교사가 함께 나누고 결정한다. 영양∙안전∙위생을 고려한 친환경 먹을거리와 놀잇감으로 영유아가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콩나물 원장 : “원래 희망세상어린이집은 동암 근처의 작은 상가 2층에 있었어요. 그때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님들의 대다수가 저녁에도 일정이 많아 바쁜 맞벌이 가정이었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부모님도 많이 있었죠. 그래서 시간 연장을 기본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상가 2층에서 작게 운영을 하다 보니깐 보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아이들이 편하게 자유롭게 놀 공간이 부족한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키워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아이답게 자랄까?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 소수의 몇 명만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뜻을 모으면서 협동조합식 어린이집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출자금을 500만 원 모아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500만 원이 마련이 안되는 분들은 장학출자라는 이름으로 모아서 어린이집 부모협동시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희망세상어린이집의 시작입니다.”
┃ 열린 공간, 다양한 소통 그 속에서 쌓이는 신뢰
교사와 학부모가 소통하는 날적이, 아이에 대한 세심한 지도와 관찰을 할 수 있다.
뒷산에서 주운 나뭇가지로 만든 명패
희망세상어린이집의 공간은 언제나 열려있다. 아이가 등원할 때, 하원할 때, 아이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싶을 때 언제든 출입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다른 원과 다르게 아이들 사물함 관리를 교사가 하지 않고 부모들이 하게 되어 있다. 직접 와서 아이들 겉옷도 벗겨서 넣어 놓고, 생활하는 것도 보고, 교사한테 아이 상태 등에 대해 전달한다. 이런 열린 공간 속에서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신뢰가 형성된다.
콩나물 원장 : “원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가감 없이 보이는 것이 신뢰형성의 초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저희 원은 운영 역시 100% 공개가 됩니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재정 역시 투명하게 100% 공개하고 있다. 재정에 대한 회계보고를 한 달에 한 번씩 하고 있는데, 어린이집 카페에 부모들만 볼 수 있게 공지를 한다. 회계보고 내용은 급간식비의 콩나물 몇 개를 샀다는 것까지 자세하게 모두 공개가 된다.
한 달에 한 번 교사와 부모가 함께 모여 회의를 하는 ‘방모임’ 역시 학부모와 교사의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되고 있다. ‘방모임’은 각 방에서 모임을 하는 구조로 0세 반, 1세 반 등 부모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 회의를 한다. 방모임에서 교사는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방장(학급의 반장과 같은 역할)은 운영에 대해 보고를 한다. 방모임을 통해 결정사항, 논의 사항을 이야기하며 회의를 이끌어 나간다.
콩나물 원장 : “방장들만 모여서 하는 부모운영이라는 회의도 있어요. 이 회의를 통해 총괄적으로 어린이집 운영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부모가 전반적인 원 운영에 대해서 모두 알게 되는 것이죠.”
희망세상어린이집은 학부모가 권리를 누리는 것처럼 그에 따른 의무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일 교사’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학부모는 1년에 한 번 교사와 동일하게 원에서 교사랑 똑같은 시간을 교사로 지내야 한다. 아이들과 함께하며 직접 보고 느끼는 일일 교사 체험을 통해 학부모는 아이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떻게 노는지, 친구들하고 어떻게 관계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교사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를 몸소 느끼게 된다.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서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콩나물 원장 :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직접 와서 보고 느껴보면 말로만 듣는 것 보다 아이들의 하루 생활을 더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교사들의 수고도 느끼게 되지요. 일일 교사 체험은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가 지켜야 해요.”
┃ 놀이중심, 체험중심의 교육
희망세상어린이집 뒤에 있는 뒷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된다.
나무를 친구 삼아, 흙을 친구 삼아 어울리는 공간
희망세상어린이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나들이다. 아이들은 온종일 즐겁게 논다. 오전에도 나들이를 가고, 오후에도 나들이를 나간다. 원의 뒷문은 뒷산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 멀리 나가지 않을 때는 뒷산에서 놀이를 한다. 주변에 공원이 많아서 공원으로 주로 나들이를 나간다. 필요하다면 한 달에 한 번은 먼 나들이로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없는 공간으로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나들이를 통해 아이들은 온몸으로 체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교사와 함께 공원으로 나들이 가는 길
개나리를 관찰하는 아이, 나들이 가는 길목 한 켠에 노오란 개나리꽃이 피어있다.
콩나물 원장 :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고, 활동하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관찰합니다. 관찰하다보면 모든 영역이 다 나오게 됩니다. 놀면서 노래를 하고, 쌓기 놀이도 하고, 무언가를 만들고, 역할 놀이를 하고… 모든 영역이 나들이와 놀이에 녹아들게 되는 것이죠. 작위적으로 정해지는 수업 방식과는 달리 자연 속에서 놀이를 통해 다양한 영역 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게 됩니다. 교사는 관찰하는 것 자체가 교육을 평가하는 것이 됩니다.”
일. 옹기종기 모여 솔방울로 소꿉놀이를 하는 아이들
이. '아 맛있다~ 냠냠냠' 소꿉놀이 중 먹는 흉내를 내고 있다.
삼.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즐겁게 뛰놀고 있다.
사. 땅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다 선생님과 함께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오. 신나게 놀다 지쳐 잔디 위에 털푸덕 앉아 있는 아이
육. 꽃잎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아이, 상상력이 뛰어나다.
나들이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오감활동이다. 오감활동을 통해 뇌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많이 증명된 사실이다. 오감활동은 주로 영아들이 하는데,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아이들이 익히는 것들을 최대로 활용하려 노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영아들도 나들이와 자연물을 통해서 익히도록 한다. 몸으로 느끼고 체험한 학습을 통해 오감을 깨쳐 전인적인 발달을 돕는 것이다. 아직 영아라 외부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은 안에서 하게 되는데, 재료는 아주 다양하다.
┃ 희망세상의 교육 가치
희망세상의 교육 가치와 5대 교육실천 약속
“원은 제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의 저의 철학은 모두의 철학입니다.”라고 말하는 콩나물 원장이 보여준 것은 희망세상의 교육 가치와 5대 교육실천 약속이 적힌 종이로 학부모 2명이 직접 만든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사진이 담겨있는 정성이 가득 담긴 자료다.
콩나물 원장 : “협동조합의 학부모들이 지난 1년 동안 같이 토론과 워크샵을 통해서 원의 교육 가치를 정리해봤습니다. 첫 번째 있는 교육 가치가 모든 구성원이 동의한 교육 가치입니다. 아래에 있는 교육실천 약속은 교육 가치가 녹아난 것으로 가정에서도 원에서도 할 수 있는 우리의 약속입니다. 이 약속은 가족이 서로서로 모두에게 실천해야 합니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아이가 엄마와 아빠에게, 엄마가 아빠에게… 총회 때 가장 우선되는 것 내지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 다섯 가지를 최종적으로 선정하여 정리했습니다. 교육 가치와 약속을 정리하는데 무려 1년이 걸렸네요. 수많은 것 중 추리고 추리는 작업을 통해 탄생한 것이라 저희에게는 더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는 협동조합의 해이다. 협동조합법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희망세상어린이집이기에 이런저런 고민이 많은 시점이다. 그래서 올해 희망세상은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을 하고 학부모와 같이 그 고민을 나눌 예정이다.
┃ 희망세상만의 특별한 문화
희망세상 교사는 이름보다 별명으로 불리는 게 더 자연스럽다.
희망세상어린이집은 반말과 별명을 사용하는 문화가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만의 특별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희망세상 교사와 학부모는 모두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학부모 안에서도 서로 편하게 별명을 부르고, 아이들도 교사와 학부모에게 ‘콩나물~’이라고 부르며 편하게 이야기한다. 반말에 대한 어려움과 부담을 가질 수 있지만, 반말과 별명 사용을 하게 되면서 학부모들 사이에서 묘하게 발생하는 권위가 사라지고 서로 더욱 친밀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된다.
콩나물 원장 : “반말이라고 하니 예의 없다고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별명과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지휘나 권위에 대한 배제를 의미하는 거랍니다. 친목을 하려고 만나는 학부모들인데, 그사이에 묘하게 지위가 생기고 권위가 생기더군요. 이러다 보니 서로 친해지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그래서 반말, 별명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콩나물 원장님’ 보다 ‘콩나물~’이라고 부르면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는 느낌이 납니다. ‘행복해~ 우리 이것 해야 하지 않아요?’ 이런 식으로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집니다. ‘OO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과 달리 ‘콩나물~’하고 별명을 부르고 반말을 할 때 존대를 할 때 보다 표현력이 훨씬 많아집니다. 그리고 확실히 더 친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말 문화를 지향합니다. 우려하는 반말을 했을 때 예의가 없다는 것은 조금 다른 것이죠. 표현은 반말을 하던 존대를 하던 예의 없는 표현이나 제스처가 있습니다. 오히려 별명을 서로 지어주며 기쁨을 주고, 반말 문화를 통해 더욱 끈끈해집니다.”
┃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협동조합 부설
명함의 뒷면, 아이가 직접 그린 그림을 담은 것이 새롭다.
협동조합 안에는 희망세상어린이집 외 다양한 부설이 있다. 함께 나누는 공동체 실현과 공보육 실현을 위한 목적으로 만든 시설들이다. 하제누리 초등방과후, 마을기업 ‘둥그미 초등돌봄센터’, 공립 푸른숲어린이집, 공립 서창다소니어린이집, 쑥덕쑥덕 작은도서관… 하제누리는 내일의 세상이라는 뜻으로 희망이 쑥쑥 자라는 초등방과후 교실로 초등학교에 들어간 희망세상 아이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둥그미 초등돌봄센터는 반찬 나눔을 하는 마을기업이며, 조합 이름으로 위탁을 받은 국공립 어린이집 두 곳이 있다. 쑥덕쑥덕 작은도서관은 아이들이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독서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 어떤 원을 만들어가고 싶으신지?
콩나물 원장 : “저는 저희 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큽니다. 그래서 이런 보육이 많이 확산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부모님들과 많이 고민을 해봐야겠지만요. 부모협동 시설이 사실 외부적으로 보기에는 출자를 하고 조합비를 내야 하고 그런 부분이 있다 보니 많은 학부모가 부담스러워하는 면도 있어요. 그렇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같은 공보육이 훨씬 확산이 되어 이런 협동조합 시설 등으로도 지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같이 훨씬 좋은 공간 속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 보너스 에피소드
희망세상어린이집을 둘러보고, 원장님과 인터뷰를 하며 알게된 별명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과 웃음을 공유하고자 그 에피소드를 짧게나마 적어본다. 희망세상은 서로 별명을 부르는 특별한 문화가 있다. 별명은 대게 누가 지어주거나 본인이 짓는다고 한다. 문득 김송빈 원장님의 별명에 대해서 궁금해졌고, 질문을 했다.
"원장님, 개인적으로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어떤 게 궁금하세요?"
"원장님은 별명이 왜 콩나물인가요? 학부모님도 성함보다는 콩나물 원장님이라고 알고 계시던데요."
"(웃음) 아 그거는... 콩나물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아이가 지금은 대학생이 되었네요."
<회상>
"얘들아 선생님 별명 뭐가 좋을까?"
"콩나물이요~"
"왜? 왜 콩나물이야? (기대)"
"(시크하게) 아침에 콩나물국을 먹었거든요."
이렇게 해서 이름보다 더 이름처럼 불리워지고 있는 콩나물 원장님이 되었다는 에피소드...
아이들 모두가 '바다'라고 부르는 선생님이 있는데,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아이들과 생활하고 싶다는 생각에 본인이 지은 별명이라고 한다. 참 멋진 별명이지 않은가? 희망세상처럼 별명을 부르는 문화도 참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촬영협조｜희망세상어린이집
에디터｜키드키즈 취재팀
